취리히에서 호수가 보이는 더 저렴한 방으로 이사하다
최근 같은 숙소 내에 다른 방으로 이사를 했어요. 장점이 많은 방에 살고 있었지만 굳이 이사한 이유와 현재 살게된 방에 대해 소개해볼게요.
처음 살았던 발코니가 있는 방
제가 살고 있는 학생숙소에는 5가지 타입의 방이 있어요. 제가 학생숙소에 처음 들어왔을 때 배정받은 방은 view 타입의 방이었습니다. view와 standard의 방 넓이는 12㎡로 동일해요. 하지만 view 타입의 방에는 발코니가 있고, 그래서 더 비쌉니다.
운이 좋게 제가 배정받은 방은 구석에 위치해서 면적이 기준보다 더 넓은 것 같았어요. 이건 제가 같은 크기의 다른 방을 둘러보면서 '평수가 잘 빠진 거였구나' 하고 알게 되었답니다. 또 다른 방들과 동떨어져 있어서 생활소음이 거의 없었고 화장실과 샤워실이 가까운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발코니로 나갈 수 있는 큰 유리문과 창문이 또 하나가 더 있어 전체적으로 탁 트인 느낌이 들고 채광이 좋은 것이 장점이었어요. 발코니로 보이는 뷰는 뒷마당이라 큰 나무와 꽃들이 있어서 초록초록한 뷰였습니다. 가끔식 침대에 누워 발코니 밖을 보며 멍 때리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얼마 지나지않아 매니저에게 방을 옮기고 싶다고 말하게 되는데요...
이사하고 싶었던 이유
첫째는 발코니의 무쓸모 때문이었어요. 발코니가 보기에는 참 좋습니다. 처음에는 발코니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브런치도 먹는 상상을 했었는데요. 일단, 발코니에 기본적으로 놓여진 의자가 2개 있었는데 이 의자들이 참으로 불편하고 별로였어요. 그래서 한 번도 앉아보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테이블과 의자를 사서 놓아둘수도 있지만... 굳이..?
그리고 뒷마당에 나무와 꽃, 풀이 많아서인지 날벌레들이 정말 많았어요. 특히 호박벌이 가끔식 유리문을 퉁퉁 박고 가기도 했습니다. 유럽의 건물들은 한국과 달리 방충망이 없기 때문에 오랫동안 문을 활짝 열어놓기 어려운데요. 날벌레까지 많으니 벌레를 싫어하는 저는 문을 열어둘 엄두도 못 냈어요.
발코니에 편하게 나가지 못하니까 사용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둘째는 비용입니다. 단지 발코니가 있다는 이유로 월세가 190프랑, 한화로 33만원이 차이가 나요. 특히나 발코니를 사용하지 않는 저로서는 그 방에 굳이 계속 있을 필요가 없었던 거죠. 그 방이 장점도 참 많았지만 매달 33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쉽진 않았어요. 주머니가 가벼운 석사생에게 월세는 큰 고정비이기 때문에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방을 옮기자고 생각했어요.
Room viewing
4월 17일, 매니저로부터 바꿀 수 있는 방이 나왔다며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리 숙소는 매 학기 새로운 세입자를 모집하는데, 기존 세입자의 방 변경이나 요청사항을 우선 처리해주는 것 같아 그 점이 정말 마음에 들고 고마웠어요.
심지어 standard 타입의 방 2개나 오퍼를 받아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그저 감사했죠. 세입자의 동의를 받아 방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standard 유형은 12㎡인데 직접 둘러보니 구조에 따라 또 내부에 비치된 가구에 따라 엄청 좁아보이기도, 적당해보이기도 했어요.
제가 중요하게 본 점은 다음과 같아요.
- 옆 방과의 간격
- 화장실까지의 거리
- 냉장고에 냉동실이 있는지
- 천장 조명 밝기
- 뷰
- 기본 비치된 가구 종류
처음 본 방은 폭이 좁은 직사각형 모양의 방이었는데 기본 비치된 가구도 많아서 엄청 좁아보이더라고요. 들어가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자취생에게 가장 중요한 냉동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방을 보자마자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선택! 수납공간은 더 많은데 공간이 크게 좁지는 않아서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게다가 창문으로 호수 뷰가 보여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드디어 이사!
8월 25일, 드디어 새로운 방으로 이사를 왔어요. 이사 간다는 생각에 최대한 살림을 줄여 살던 중이라 짐이 많지 않기도 했고 같은 층에 있는 방이라 혼자 왔다갔다하며 이사를 끝냈습니다. 사실 기존 방에 8월 28일까지 머무를 수 있었지만, 이왕 이사가기로 결정했으니 후다닥 해치우고 싶었어요. 이제 석사 생활을 마칠 때까지 이 방에서 생활하게 될 듯 합니다. 이제는 방에 정을 좀 붙이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방 소개를 잠깐 하자면 방에는 기본 가구인 책상, 옷장, 선반, 침대, 세면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의 장점은 침대 밑과 옷장 옆에도 수납공간이 있고, 호수 뷰가 보인다는 거에요. 또한 이전의 세입자가 구매했던 두꺼운 매트리스와 옷걸이를 두고가서 아주 유용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방의 월세가 봄학기에는 600프랑(약 104만원), 가을에는 660프랑(114만원)입니다. 새삼 살벌한 스위스의 물가가 실감이 나죠? 그래도 취리히 중심, 학교랑 가까운 위치, 풀옵션 가구에 이만한 가격이면 괜찮은 편이에요.
이 포스팅을 쓰다보니 새삼 제 방과 우리 숙소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앞으로 이 방에서 또 열심히 잘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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